교대 근무

의료계 교대 근무자의 수면 부족과 ‘투약 실수’ 사례 분석에 대해서

new-jeans79 2025. 7. 26. 10:23

의료현장의 이면, 교대 근무와 수면 부족이 만드는 위기는?

의료현장은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내내 돌아가는 유일한 산업 중 하나다. 응급환자가 밤늦게 병원을 찾고, 중환자실에서는 심정지 알람이 새벽에도 울려댄다. 이런 이유로 병원은 교대근무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특히 간호사, 인턴, 레지던트, 응급실 전문의 등은 낮과 밤이 바뀌는 생활을 반복하며 환자 진료에 임한다. 문제는 이러한 교대근무 시스템이 의료진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결국은 환자의 생명에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다름 아닌 ‘수면 부족’이 있다.

 

교대근무자의 수면 부족과 투약실수


교대근무는 생체리듬, 즉 인간이 본래 타고난 24시간 주기의 생물학적 시계를 뒤흔든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생체시계는 밤에는 수면, 낮에는 활동을 기본 리듬으로 삼는다. 하지만 야간 근무는 이 흐름을 거스르며, 장기적으로 수면의 질 저하, 만성 피로, 호르몬 불균형, 심지어는 우울증과 면역력 저하까지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교대근무를 반복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멜라토닌 분비량이 감소하고, 깊은 수면 단계인 NREM 수면 시간이 줄어들며, 이에 따라 일상적인 피로 회복이 어려워진다.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의료 업무를 수행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단순히 피곤하다는 차원을 넘어, 인지능력과 반응속도가 심각하게 저하된다. 미국 수면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의 연구에 따르면, 17시간 이상 깨어 있으면 혈중 알코올농도 0.05% 상태와 유사한 수준의 인지장애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는 운전으로 따지면 ‘음주운전’ 상태에 해당하며, 사람이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수준이다.

수면 부족은 집중력 저하뿐만 아니라, 기억력의 왜곡과 판단력 오류로 이어진다. 이는 정확한 약물 처방, 환자 식별, 의료 기기 사용 등 세밀한 판단이 요구되는 의료현장에서 극히 위험한 요인이 된다. 특히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처럼 빠른 판단과 순발력이 요구되는 부서에서는 한순간의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모 대학병원에서 교대근무를 반복하던 인턴이 수면 부족으로 인해 응급상황에서 약물을 착오 투여한 사례가 있었고, 이는 곧 환자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수면 부족의 문제는 단지 사고 위험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의료진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치며, 이직률 증가와 의료 현장의 지속가능성 저하로 이어진다. 2022년 대한간호협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응답자의 67%가 “수면 부족으로 인해 이직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태에서 계속된 야간 근무는 의료인의 소진(burnout)을 가속화하며, 이는 전반적인 진료의 질 저하와 환자 불만으로 연결된다.

또한, 교대 근무자는 야간에 수면을 취할 수 없는 대신 주간 수면을 선택해야 하지만, 이 주간 수면은 환경적·생리적으로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낮 시간대의 빛, 생활 소음, 가족 간섭 등은 깊은 수면을 방해하며, 이로 인해 실제 수면 시간은 줄고, 수면의 회복력도 크게 낮아진다. 더욱이 간호사나 인턴 등은 교대근무 후에도 각종 회의, 교육, 문서 업무 등을 병행해야 하는 구조여서 사실상 ‘온전히 쉬는 시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한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시스템의 문제’로 확대된다. 의료사고는 대부분 개인의 실수가 아닌 시스템의 누적으로 발생하며, 그 근본에는 제대로 쉬지 못하는 병원 근무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즉, 수면 부족 문제는 단지 의료인의 책임이 아니라, 이를 방치하고 있는 병원 구조의 책임이기도 하다. 의료기관은 교대근무자의 수면권을 보장하고, 근무표 조정을 통해 연속 야간 근무일 수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의료계의 교대근무 구조와 그로 인한 수면 부족 문제는 단순히 의료인의 건강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환자의 생명, 병원의 신뢰, 의료서비스의 품질과 직결된 본질적인 이슈이다. 수면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의료인의 수면권을 지켜내는 것은 결국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과 같다. 지금이야말로 병원 조직이 수면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간호사 교대근무와 투약 실수의 인과관계란?

간호사의 업무 중 가장 위험성과 민감도가 높은 항목 중 하나가 바로 ‘약물 투약’이다. 일반적으로 병원 내 투약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간호사가 수행하게 되는데, 문제는 간호사가 직접 환자에게 약을 전달하고 주사하는 과정에서의 실수가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다. 수면 부족 상태에서 투약 업무를 수행하면 가장 흔한 오류는 ‘용량 착오’, ‘투약 시간 실수’, ‘환자 오인’ 등이다. 이러한 실수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의료과실로 이어질 수 있다.

2020년 국내 A대학병원에서는 간호사가 항암제를 일반 환자에게 오투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간호사는 전날 야간 근무를 마치고 4시간 남짓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병동 근무를 시작했으며, 수면 부족 상태에서 다량의 투약 처방을 처리하던 중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는 결과적으로 환자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병원과 보호자 간의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고, 이후 해당 병원은 간호사 교대근무와 수면 확보 체계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나섰다. 이는 단지 한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교대 근무자의 의료사고 예방을 위한 수면 보장과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은?

이러한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할 조치는 의료진의 수면 보장이다. 수면 부족이 반복되면 인지능력과 감정조절능력이 급격히 저하되며, 이는 병원 내 모든 프로세스의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생명을 다루는 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수면 확보는 단순한 복지 차원이 아니라 ‘환자 안전’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 따라서 병원 경영진은 의료진의 교대 스케줄과 수면 리듬을 최대한 고려한 스케줄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며, 실질적인 교대근무 시간 단축 또는 충분한 교대 후 휴식시간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캐나다의 일부 병원은 간호사에게 12시간 교대가 아닌 8시간 교대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의 존스홉킨스병원은 의사와 간호사의 수면 패턴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피로 누적도가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자동으로 업무를 배제시키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유럽연합에서는 주 48시간 이상 근무를 금지하는 '워크타임 다이렉티브'라는 법령을 통해 의료진의 수면권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도 더 이상 의료진의 '헌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을 통해 의료사고를 예방해야 할 시점이다.

 

스마트 기술과 수면 데이터 기반의 의료현장 혁신

최근 들어 기술 발전을 통해 교대근무자의 수면 패턴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상용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워치나 수면 센서를 통해 의료진의 수면의 질과 시간, 이완도, 피로 회복지수를 측정하여 적절한 업무 배분과 피로 누적 관리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히 간호사의 수면 상태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병원 전체의 인사 배치, 리스크 평가, 사고 예측 알고리즘에 적극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수면 리듬이 무너진 간호사의 경우 일정 시간 동안 약물 투약 업무를 제한하고, 대신 문서 업무나 환자 모니터링 등의 보조 업무로 전환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이는 단순히 '쉬게 하는' 개념이 아니라, 병원 전체의 오류율을 줄이고 인적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는 스마트한 병원 운영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병원은 자체적으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구간을 사전 예측하여 예방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의료진의 수면 데이터와 근무 스케줄, 업무 강도 등을 결합한 인공지능 기반의 피로 관리 시스템은 앞으로 병원 안전 관리의 핵심이 될 것이다.